Person of Interest(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요주의 인물, 2011/09-)는 마이너리티리포트와 비슷한 개념에서 출발해서 만들어진 미드입니다. 다만 마이너리티리포트의 범죄예측시스템은 초능력자를 사용한 반면, Person of Interest에서는 대테러 방지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소프트웨어 The Machine에 의해 이야기가 시작되죠.

이 드라마 시즌2 에피소드 11편에서는 주인공 해롤드 핀치가 요주의 인물인 어느 학생을 찾아 임시교사로 위장해 학교에 들어가서 수업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수학선생님이네요.

학교 생활 자체에 흥미가 없는 학생들에게 1부터 100까지 더하는 가우스의 방법을 설명해주려다가 첫 수업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끝나버립니다.

얼마 후 다시 (두 번째 시간으로 보이는) 수업시간..

원주율과 프랙탈에 대해 수업을 준비한 핀치는 원주율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는지 묻습니다. 아무 반응 없는 학생들... 질문이라도 해 보라는 핀치의 말에 펜을 입에 물고 문자를 확인하던 한 학생이 친구가 궁금해 한다며 다음과 같은 흔한 질문을 합니다.

(영상을 직접 보시면 알겠지만, 실제로 저 학생이 한 말은 자막보다 좀 더 강합니다.) 흔한 질문이지만 많은 수학선생님들이 제대로 대답을 못했었던 것인지 아이들은 기대감에 킥킥댑니다. 핀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뒤로 하고 마침 칠판에 먼저 그려둔 원과 원주율을 이용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알려줄께요. 원주율은 원둘레의 지름에 대한 비율로, (칠판에 써있는 3.1415926535를 가리키며)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것(숫자)은 계속 이어지며, 반복되지도 않습니다. 그러기에 이 숫자들의 배열에는 다른 숫자 하나하나가 포함되게 됩니다. 여러분의 생일, 라커 비밀번호, 사회보장번호, ... 이것들이 원주율 어딘가에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 숫자들을 해당 문자로 바꾸면 이 안에 전에 존재했던 모든 단어가 가능한 모든 조합의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여러분이 아기일 때 처음 내뱉은 말, 최근에 사랑했던 사람의 이름, 여러분 인생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모두 다룬 이야기, 그리고 우리가 말하거나 행동했던 모든 것들도 있겠죠. 세상의 무한한 가능성 모두가 이 단순한 한 원 안에 들어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정보를 가지고 무엇을 하고싶나요? 어디다 써먹죠? 이것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Let me show you. Pi, the ratio of the circumference of a circle to its diameter and this — 3.1415926535 — is just the beginning. It keeps on going forever without ever repeating, which means that contained within this string of decimals is every single other number; your birth date, the combination to your locker, your social security number, .... It’s all in there somewhere. And if you convert these decimals into letters you would have every word that ever existed in every possible combination; the first syllable you spoke as a baby, the name of your latest crush, your entire life story from beginning to end, and everything we ever say or do. All of the world’s infinite possibilities rest within this one simple circle. Now what will you do with that information? What it’s good for? Well, that would be up to you.

핀치의 말을 학생들은 진지하게 듣습니다. 두 번째 수업은 성공적인 것 같네요.

핀치는 수학자들이 거의 맞다고 믿고 있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약간의 논리적 비약에 뻥을 덧붙여서 소개한 것입니다. 이 드라마와도 관계있는 이야기죠. 사실, 원주율 안에 모든 숫자조합이 들어있는지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 핀치가 말한 것과 같은 성질을 가지는 실수를 Normal Number(정규수)라 합니다.

$n$진법의 전개식으로 표현한 무한소수 $x$ 안에서 $n$진법의 한 자리 수 $a$ ($a=1$, 2, $\cdots$, $n-1$)가 나타나는 빈도수가 $a$에 관계없이 $\dfrac 1 n$일 때 ‘$x$가 $n$진법에서 simply normal하다’고 합니다. 같은 방법으로 $k$($k \geq 1$)자리 수배열에 대해서도 확률이 $\dfrac 1 {n^k}$로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에는 ‘$x$가 $n$진법에서 normal하다’고 합니다. 만약 $x$가 진법에 상관없이 normal하면 이 $x$를 정규수라고 합니다.(빈도수의 계산에 대한 정확한 수식은 위키피디아를 참고하세요.)

정규수의 개념을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측도론에서 잘 알려진 수학자 보렐(Émile Borel)입니다. 그는 르벡 측도로 보았을 때 실수는 거의 다 정규수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수를 줬을 때 그 수가 정규수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10진법에서 normal한 수로 대표적인 것은 중학교때 순환소수를 배우면서 접했던 다음 두 수입니다. $$0.12345678910111213 \cdots \quad \text{챔퍼나운 수; Champernowne Constant}$$ $$0.235711131719232931 \cdots \quad \text{코플랜드-에르되시 수; Copeland-Erdős Constant}$$

유리수 중에는 normal number가 없습니다. 간단한 예로, $0.\dot 012345678 \dot 9$와 같은 경우 한 자리 숫자로만 보면 normal이 될 듯 하지만, 두 자리 수로만 봐도 00이라는 숫자 배열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10진법에서도 normal이 되지 않습니다.

$\sqrt 2$, $\pi$, $\ln 2$와 같은 무리수는 normal number일 것으로 예상이 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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