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물 행동에 대한 연구들을 보면 뇌가 어느 정도 발달된 모든 생명체는 간단한 덧셈과 뺄셈은 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들이 큰 단위 수의 덧셈과 뺄셈을 할 수 있는데에는 고대 문명에서부터 내려온 숫자체계의 도움이 컸다고 볼 수 있으나, 이 숫자체계가 구성되는 역사적 사건은 소위 ‘사칙연산’이라고 하는 연산의 중요성과 그 유용함을 사람들이 알아내고 활용하면서 시작되었고 인간의 연산력의 발전과 숫자체계의 확장은 서로의 불완전함을 보완하며 그 역사를 같이했다고 볼 수 있다.

덧셈, 뺄셈을 넘어선 곱셈의 개념은 대부분의 고대문명에서 발견된다. 곱셈은 단순히 같은 수를 여러번 더한 것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나, 우리의 구구단표처럼 특별한 곱셈을 계산한 결과를 조합한 표를 만들어두고 사용한 흔적도 있다.

플림톤 322(Plimpton 322) 점토판

BC1800년경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바빌로니아의 <플림톤 322> 점토판은 직각삼각형의 세 변을 이루는 숫자들의 조합을 15행 4열의 표에 새겨놓은 것이다. 이 표를 통해 고대 메소포타미아인은 곱셈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특별한 성질을 가지는 숫자들의 조합을 모아놓을줄도 알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니푸르(Nippur) 점토판

앞서 말한 플림톤 322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도시인 니푸르(Nippur)의 유적에서 발견된 여러 점토판 중 하나다. 이 점토판 외에도 많은 점토판이 있는데, 그 점토판의 곳곳에서는 당시 사람들이 사용했던 숫자들을 살펴볼 수 있는데, 놀랍게도 이 당시에 이미 곱셈, 나눗셈, 거듭제곱근 들을 사용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수학 사상사1, 모리스 클라인, 경문사

유클리드

바빌로니아인들이 틀을 잡은 원시적 형태의 수학은 유클리드가 BC300년경 13권에 걸쳐서 저술한 <원론(Elements)> 에서 집대성되고 이후 수학발전을 위한 논리적 틀이 만들어진다. 유클리드의 원론에서 곱셈의 여러 대수적 성질이 정리된다. 특히, 이 책에서 소수(prime number)가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정의된다.

브라마굽타

서기 628년, 인도의 수학자 브라마굽타는 그의 책 <브라마스푸타싯단타(Brāhmasphuṭasiddhānta)>에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일명 long multiplication이라고 하는 곱셈법을 소개한다. 이 책은 방대한 양의 수학적 지식을 담고 있는데, 수식 기호가 개발되지 않은 시기라 말로만 설명이 되어있기는 하지만 양수, 음수, 0에 대한 개념이나 거듭제곱근 계산이 들어있고, 역사상 최초로 정확한 2차방정식의 해법을 담고 있다.

네이피어, 오트렛과 가우스

유럽에 아라비아 숫자가 전파되고 인도의 연산법이 알려지고 수학 기호들도 발명되면서 16, 17세기경에는 브라마굽타의 long multiplication법이 더 다듬어지고 효율적으로 교육이 되기 시작했다. 1618년, 네이피어(John Napier)는 그의 책 Mirifici Logarithmorum Canonis Descriptio의 개정판의 부록에서 처음으로 X모양의 곱하기 기호를 사용했다. 1631년, 영국의 수학자 오트렛(William Oughtred)은 그의 책 Clavis Mathematicae에서 동일한 기호를 사용했다. 곱을 나타내는 기호는 이외에도 가운데 점, 바닥점 등 여러 가지가 사용이 되었으나, 현재의 곱하기 기호로 정착이 된데는 19세기 경 가우스의 역할이 컸다.

카라추바

오랜 기간, 브라마굽타의 long multiplication방법은 최적의 곱셈법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다가 1960년, 콜모고로프(Andrey Kolmogorov)의 제자였던 카라추바(Anatolii Alexeevitch Karatsuba)는 long multiplication이 최선의 곱셈법이라는 콜모고로프의 말에 의심을 품고 연구에 들어간다. 약 일주일 후, 그는 새로운 곱셈법을 발견한다. 카라추바의 방법은 작은 수의 곱셈에서는 불필요하게 복잡해 보이기는 하지만, 큰 수의 곱셈에서는 계산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방법이었다.

아르놀트 쇤하게(Arnold Schönhage)와 포커 슈트라센(Volker Strassen)

$n$자리 자연수 두 개를 곱하는데 long multiplication은 $n^2$번의 한 자리 곱셈을, 카라추바의 방법은 $n^{1.58}$번의 한 자리 곱셈을 시행하게 되는데, 1971년 Schönhage와 Strassen은 $n \times \log n \times \log(\log n)$번의 한 자리 곱셈으로 계산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어낸다. 이 방법은 신호처리 분야에서 사용되는 fast Fourier Transform을 접목시킨 방법이다. 이들이 개발한 알고리즘은 이때부터 컴퓨터와 계산기의 곱셈법으로 적용되었다.

또한, Schönhage와 Strassen은 더 빠른 알고리즘이 있을 것이고 그 알고리즘은 $n \times \log n$번의 한 자리 곱셈으로 계산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와 요리스 반 데르 호븐(Joris van der Hoeven)

Schönhage와 Strassen 이후 많은 수학자들이 새로운 곱셈법을 개발해서 한 자리 곱셈 횟수를 줄여갔다. 그러면서 한 자리 곱셈의 횟수는 점점 예고된 $n \times \log n$번에 가까워졌다. 그러다가 2019년, Harvey와 van der Hoeven에 의해 정확히 $n \times \log n$번의 한 자리 곱셈으로 연산을 수행하는 알고리즘이 발견된다. 이들이 발견한 방법은 그동안 발견된 모든 방법을 적절히 조합해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현재 이것이 최적의 방법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아직 증명되지 않은 어떤 사실이 증명이 된다면 Harvey와 Hoeven의 방법이 최적이 방법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참고자료

플림톤 322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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