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러가 정의한 복소수의 지수는 후대의 수학자들에 의해 평면의 점을 회전시키는 기하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으로 밝혀집니다. 즉, 복소수는 그 자체만으로 평면에서의 복잡한 움직임을 모두 표현할 수 있던 것이죠. 


1843년경, 해밀턴은 3차원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수체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그가 과거를 회상하며 아들인 Archibald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일화도 적혀있습니다.


1843년 10월 초 무렵, 네 형 에드윈과 너는 아침 식사중에 항상 "아빠, 아빠는 triple을 곱할 수 있어?"라고 묻곤 했었지. 그럴 때마다 나는 우울하게 고개를 저으면서 "아니. 아빠는 더하고 뺄줄만 알아"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단다.

triple이란 $(a,b,c)$와 같이 세 수로 만들어진 순서쌍을 말하는 것이죠. 형인 에드윈이 1834년생이니까 이당시 큰 애가 9살이네요. 예네들은 연년생입니다. 대단한 형제입니다. 쌍으로 아빠를 놀려먹다니...


1843년 10월 16일, 해밀턴은 아내와 함께 더블린의 Royal Canal을 따라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둘이서 Brougham Bridge(지금은 Broom 혹은 Broome Bridge)를 건너다가 갑자기 그 방법을 생각해내고 다리의 돌 하나에 그 식을 새겨놨습니다. 위 사진처럼요. 위 사진은 진품은 아니고 합성한 것입니다. 원래 해밀턴이 새겨둔 돌은 다리의 북서쪽 모퉁이에 있었는데, 방문객들이 훼손시키는 바람에 다른 장소로 이동되었습니다. 지금 방문하면 다음과 같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도 많이 망가져 있네요.)



이 식은 BBC 방송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정식이라는 기사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아래는 그 링크입니다.



http://www.bbc.com/earth/story/20160120-the-most-beautiful-equation-is-the-quaternion-formula



애들은 triple을 곱하는 법을 물어봤는데, 아빠는 quadruple을 곱하는 법을 알아냈네요. 해밀턴은 이 $i$, $j$, $k$를 이용해서 만들어진 $a+bi+cj+dk$ ($a, b, c, d \in \mathbb R$)꼴의 수들을 모아 quaternion(4원수)이라 이름짓고 여생을 이 수를 연구하고 가르치는데 투자합니다.


해밀턴의 4원수 이전에는 다음과 같은 오일러의 네제곱수 항등식을 사용해서 공간에서의 회전을 표현하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밀턴의 4원수의 연산으로 이 등식이 유도되면서 기존의 방법은 쓸모가 없어집니다. 4원수는 오래지 않아 수학과 물리학에서 사용이 되기 시작합니다. 4원수를 이용해서 대칭이동, 회전이동을 하는 방법은 다음 사이트로 가서 보면 확인이 가능합니다.


https://nrich.maths.org/5628 <-- 대칭이동

https://nrich.maths.org/5627 <-- 회전이동



컴퓨터에서도 복소수 지원을 하게 되면 오일러공식을 통해 행렬보다 편하게 평면의 점들을 조작할 수 있는 것처럼, 4원수는 3차원 그래픽을 다루는 좋은 수학적 툴이 되고 있습니다.


4원수를 이용해 수식 하나로 많은 것을 표현할 수가 있기는 했지만, 가독성이 좀 떨어지는 면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1870년대에 깁스(Josiah Willard Gibbs)가 벡터의 내적과 외적을 정의하면서 대중성에서는 멀어지게 됩니다. 이후에 벡터해석의 시대가 열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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