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포스터는 2006년 개봉한 일본영화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포스터입니다. 사고로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 수학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위 포스터에 보면 왠지 문제의 박사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옷에 하얀 뭔가를 붙이고 있는데, 이것은 혹시라도 생길 사태를 대비해서 붙여둔 것입니다. KBS에서 한국어 더빙판으로도 방송이 되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방송의 일부를 볼 수 있습니다.
수학자가 나오는 영화라서인지 영화 곳곳에서 수학적인 통찰이 불쑥불쑥 나타납니다. 이 수학자와 가까이 지내던 어린아이 '루트'는 (아래 사진의 헤어스타일을 보면 이해가 됩니다만 좀..) 자라서 수학 선생님이 되고 수업 시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소개합니다.
오일러 등식이죠.
오일러의 공식은 실수 $x$에 대해 다음 등식이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e^{ix} = \cos x + i \sin x$$
그러니까 오일러 등식은 위 식의 $x$에 $\pi$를 대입하면 얻어지는 식인 셈이죠. 지수함수와 삼각함수가 허수단위 $i$를 통해 연결되고 있네요. 위 식의 설명에서 $x$를 실수로 한정했지만, 실제로는 $x$가 복소수가 되어도 성립합니다. 위 식이 '공식'이라고 언급이 되어서 증명을 해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위 식은 복소수 지수를 정의하는 기본식입니다. 단지, 오일러가 위 정의식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지수함수와 삼각함수의 성질을 활용하기는 했지만, 위 식은 역사적 발전과정을 통해보면 공식이 아니라 정의식입니다.
1702년, 요한 베르누이는 그의 책 "Solution d'un problème concernant le calcul intégral, avec quelques abrégés par rapport à ce calcul"에서 등식
$$\frac 1 {1+x^2 } = \frac 1 2 \left( \frac 1 {1-ix} + \frac 1 {1+ix} \right)$$
과 적분공식
$$\int \frac 1 {1+ax} \mathrm d x = \frac 1 a \ln|1+ax| +C$$
을 통해 로그의 정의역을 복소수 범위까지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을 했었습니다. 기록에는 없지만 $a$ 대산 $i$를 쓰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라 아마 계산을 해보았을 것입니다. 우리도 한 번 해보죠. 물론, 어디까지나 복소수에서 정의가 가능할지 어떨지 소심한 상태의 베르누이 입장에서 입니다.
$$\int \frac 1 {1+x^2 } \mathrm d x= \frac 1 2 \int \left( \frac 1 {1-ix} + \frac 1 {1+ix} \right) \mathrm d x$$
$$\arctan x = \frac 1 {2i} \ln \left| \frac{1+ix}{1-ix} \right|$$
베르누이가 마지막 식을 보고 고민이 많았을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우변의 로그 안의 숫자는 아무리 봐도 항상 크기가 1인 복소수거든요. (사실, 이 당시에는 복소수의 크기에 대한 개념도 없었습니다.) 베르누이는 이 문제에 대해 오일러와 서신을 주고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오일러는 로그를 다가함수(multi-valued function)로 정의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뉴튼의 프린키피아 제2판의 교정을 봐준 것으로도 알려진 영국의 수학자 로저 코츠(Roger Cotes)는 1714년 다음과 같은 등식을 발견합니다.
$$ix = \ln(\cos x + i \sin x)$$
어떤 면에서 옳은 식이기는 하지만, 당시 개념으로 봤을 때 이것도 문제가 있는 식이었습니다. 우변은 주기함수가 확실한데, 좌변은 주기함수가 아니거든요. 로저 코츠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도 로그가 다가함수라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1748년, 오일러는 그의 책 INTRODUCTIO IN ANALYSIN INFINITORUM VOL. 1에서 유명한 그의 오일러 공식을 발표합니다. 이전 세대 수학자들이 로그에서 문제를 겪던 것을 관점을 약간 바꿔서 해결한 것이죠. 아래 사진은 오일러의 해당 페이지를 영역한 것입니다. 무한대로의 극한과 복소수 사용법이 요즘과 좀 다르네요.
이 식으로 임의의 복소수지수값을 계산할 수 있게 되고, 로그 문제도 해결이 됩니다.
이 식의 기하학적 해석은 이로부터 50년이 지나서 Casper Wessel에 의해 복소평면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이루어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