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사의 흐름상 '수학의 암흑기'라 불리는 시기가 있습니다. 귀족화된 고대 그리스의 문명은 현실세계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해서 당시로선 미개했던 고대 로마인들에게 지중해의 지배권을 빼앗기게 됩니다. 다행히도 로마인들은 그리스의 뛰어난 지식과 문화를 배우려고 했죠. 덕분에 그리스의 문헌들은 라틴어로 번역이 되기 시작합니다. 


로마인들은 정복지의 문명에 대체로 관대했지만, 기독교만큼은 박해를 했습니다. 그런 도중 예수가 나타났죠. 잘 알다시피, 예수는 이 시기 기독교를 지탱하던 상징이었습니다. 놀랍게도, 그의 사후, 서기 313년에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후원하기 시작했고, 요비아누스 황제는 기독교 외의 종교를 법으로 금지하기까지 합니다. 수학/과학은 자연철학이라 해서 이단으로 몰리는 바람에 수많은 수학자, 과학자들이 처형됩니다. 성서의 보급과 교회의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수학만 남았을 뿐, 수학/과학 자체가 없어질 위기에 처하게 되죠.


그런데, 상황은 더 악화되어 글자도 없던 게르만족에 의해 로마제국이 붕괴되고 맙니다. 게르만족의 로마침공은 '국가'와 같은 조직된 집단의 공격이 아니었으므로 로마제국의 붕괴는 유럽사회 전반을 무질서하게 흔들어버립니다.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애니나 영화를 보면 그 시대상이 나타나는데, 별로 넓지도 않은 지역을 통치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왕이라 하고 지역을 통제합니다. 당시는 왕도 문맹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유럽의 평민들은 이때부터 수시로 왕이 바뀌는 사회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신기한 것은 게르만족이 기독교를 너무 쉽게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독교도들 때문에 소멸할 뻔 했던 수학/과학이 기독교도들 덕에 살아남게 됩니다. 이것이 400년대에 이루어진 일입니다. 이 시기부터 1400년이 되기까지 수학적으로 큰 업적은 많지 않습니다. 유럽은 사회적 안정이 더 필요했습니다. 그 사이 미개했던 게르만족은 기사로 변했고, 교회에서는 보관상태가 좋지 않아 썩어가는 그리스의 책을 베껴쓰고 또 베껴썼습니다. 그래서 그리스 책이 지금까지 남아있게 된거죠. 하지만, 그들은 필사하고있는 수학의 내용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결과물에 수많은 오류가 생겼습니다. 


이 암흑시대는 인도, 아라비아의 도움으로 극복이 됩니다. 1200년경 피보나치에 의해 아라비아 숫자가 들어오고, 그로 인해 로마식 숫자는 서서히 사라지게 됩니다. 피보나치는 너무도 유명하므로 여기서는 이 시기의 다른 수학자 두 분을 소개합니다.




오렘(Nicole Oresme, 132? - 1382/7/11)



오렘은 프랑스 출신 철학자이면서 성직자, 통역관입니다. 직교좌표계에 대한 생각을 처음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간단한 형태의 속도-시간 그래프를 현재 우리가 알고있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해석했습니다. 음의 높낮이를 연구하다 분수지수의 개념을 알아내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아이디어는 아직 정리가 되기에는 이른 시기였나 봅니다. 제대로 된 결과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오렘의 결과물 중, 정말 원래 형태 그대로 요즘도 사용되는 것이 있습니다. 조화급수의 발산 증명 중 다음 버전은 오렘의 것입니다.


$$\begin{eqnarray} 1 + \frac 1 2 &+& \frac 1 3 + \frac 1 4 + \frac 1 5 + \frac 1 6 + \frac 1 7 + \frac 1 8 + \cdots \\ & =& 1 + \frac 1 2 + \left( \frac 1 3 + \frac 1 4 \right) + \left( \frac 1 5 + \frac 1 6 + \frac 1 7 + \frac 1 8 \right) + \cdots \\ & \geq & 1 + \frac 1 2 + \left( \frac 1 4 + \frac 1 4 \right) + \left( \frac 1 8 + \frac 1 8 + \frac 1 8 + \frac 1 8 \right) + \cdots \\ &=& 1+ \frac 1 2 + \frac 1 2 + \frac 1 2 + \frac 1 2 + \cdots \\ &=& \infty \end{eqnarray}$$



레기오몬타누스(Johannes Müller von Königsberg, 1436/6/6 – 1476/7/6)



본명과 실제 대중적으로 알려진 이름이 많이 다른데, 위에 적어놓은 것은 오타가 아닙니다. 독일 르네상스 시대의 수학자, 천문학자입니다. 삼각법을 천문학에서 수학으로 분리해낸 분입니다. 태양중심설을 거의 완성했습니다. 달의 크레이터 중 그의 이름을 딴 곳이 있을 정도로 역사적 비중이 있는 분입니다. 삼각법에 대한 저서(De Triangulis)가 있습니다.


레기오몬타누스와 관련된 유명한 문제로, 다음과 같은 최대각 문제가 있습니다.



위 그림의 $x$축을 지면이라 생각하고 $y$축을 지면에 수직으로 세워진 건물 벽 정도로 생각합시다. $y$축에 지면과 수직으로 고정된 선분 $\mathrm {AB}$를 $x$축 위의 점 $\mathrm C$에서 바라보았을 때 각 $\mathrm{BCA}$가 최대가 되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구하는 문제는 교과서 삼각함수 단원에도 많이 나오는 문제입니다. 요즘 학생들도 이것을 탄젠트 함수의 합차공식과 대수학을 이용해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레기오몬타누스의 해는 다음과 같습니다.



$\mathrm C$의 위치에 따라 삼각형 $\mathrm{ABC}$의 외접원을 그려보면 이 외접원이 작아질수록 각 $\mathrm{BCA}$가 커지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최대각은 아래 그림과 같이 선분 $\mathrm{AB}$를 통과하면서 $x$축에 원이 접할 때 그 접접에서 최대각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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