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제2화에서 장면 캡처


위 사진은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왕자현이 당시 인기가수 변진섭이 자신을 좋아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를 숫자점 쳐보는 장면을 캡처한 것이다. (45%.. 이후에 주인공인 성덕선이 잘못된 점이라며 다시 고쳐서 쳐준다.) 학교 다니면서 비슷한 장난을 한두번은 다들 해봤을 것이다.


이러한 장난은 전세계적으로도 다 해 본 모양인데, 덕후 중 최고는 양덕이라고 서양은 역사와 전통이 있고, 체계화가 되어 있다. 그 중 최고는 고대 그리스인이며, 이러한 분야를 Numerology라 한다.


Numerology는 숫자의 주술적 의미를 다루는 분야다. 국내에서는 '수비학'이라고 번역이 되던데, 간단히 '숫자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철학관'을 보고 '점집'이라 읽는 것과 같은 기분으로...


수비학 하면 그리스인을 빼서 생각할 수 없다. 원시 그리스인들이 숫자를 표기하기 위해 사용한 기호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지만, 그들의 문화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끼친 숫자체계는 그리스 알파벳에 숫자를 일대일대응시켜서 만든 숫자다. 기원전 5세기 무렵부터 사용이 된 이 수체계는 에우클레이데스에 의해 정리가 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는 당시 사용되던 그리스 문자 24자에다가 페니키아 문자에서 유래된 세 기호 stigma, koppa, sampi를 추가하여 다음과 같이 값을 대응시켰다.




위 표에서는 999까지 표현하는 법이 나온 셈인데, 더 큰 수는 각종 추가장치를 사용해서 표현할 수 있었다. 계산을 위해서 보았을 때 참 비실용적인 수다.


이렇게 되면 일반적인 문서에 있는 그리스 알파벳이 숫자인지 문자인지 혼동할 우려가 있는데, 이런 경우를 위해 시대에 따라 숫자 주위에 여러 장식을 붙여서 혼동을 피했다. 그러나 '신들의 시대'였던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름에 있는 알파벳 조합을 통해 사람의 미래를 점치고는 했다.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됐던 것은 이름에 있는 숫자를 단순히 더해서 그 숫자의 의미를 따지는 것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숫자가 불길한 것이면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이런 분야를 gematria 또는 gematry라 하는데, 기하학을 나타내는 geometry라는 단어를 약간 틀어놓은 형태로, 당시에는 상당히 중요한 영역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름과 숫자를 연관짓는 것은 성서의 집필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성서의 기원을 알 수는 없으나, 페르시아와 헬레니즘 시대에 한 차례 대대적으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 기독교의 주적 이름들을 '악마의 숫자'라 알려진 수 666에 '특별히' 맞게 지어붙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름의 철자를 확인할 길이 없어 지금 사용되는 영문 geomatria에 대응시켜서는 잘 맞지 않겠지만, 대표적인 이름으로는 네로황제(Neron Kaisar), 루시퍼(Lucifer Hades)가 있다. 루시퍼는 지금도 잘 맞는다. 반면, 신도들은 그들이 쓰는 문서의 끝을 99에 해당하는 단어로 마무리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단어가 아멘(Amen)이다. 이 단어는 그리스어로 $\alpha \mu \epsilon \nu$인 듯 하지만 $\alpha \mu \eta \nu$가 맞고, $\alpha + \mu + \eta + \nu = 1+40+8+50=99$가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한편, 당시 참 한가했던 그리스인들이 본격적으로 이런 숫자놀이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몇몇 숫자들이 독특한 성질을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곱셈과 나눗셈은 약수, 배수의 개념을 만들었으며, 이런 수학개념을 다지고 다져 정수론이 시작된다. 짝수, 홀수라는 기본적인 수 분리 외에 다음과 같은 수가 제시되고 많은 사람들이 연구를 했다.


완전수(perfect number)

자신보다 작은 약수를 모두 더해서 다시 자신이 만들어지는 수. 예를 들어 $6$의 약수는 $1,2,3,6$인데, $6$보다 작은 약수인 $1, 2, 3$의 합으로 다시 $6$이 만들어지므로 $6$은 완전수다.

유클리드는 $2^p -1$이 소수인 경우 $2^{p-1} ( 2^p -1)$이 완전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Elements, Prop. IX.36) 이후, 오일러는 짝수인 완전수가 유클리드가 얻은 것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래서 이 정리를 Euclid-Euler Theorem이라 한다. 홀수인 완전수는 없을 것이라 예상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증명되지 않았다.


부족수(deficient number)

자신보다 작은 약수를 다 더해도 자신보다 작은 수. 예를 들어 $8$의 약수는 $1, 2, 4, 8$인데, 자신보다 작은 약수의 합이 $1+2+4=7$밖에 되지 않으므로 $8$은 부족수이다.


과잉수(abundant number)

자신보다 작은 약수를 다 더한 값이 자신보다 커지는 수. 예를 들어 $12$의 약수는 $1, 2, 3, 4, 6, 12$인데, 자신보다 작은 약수의 합이 $1+2+3+4+6=16$이 되어 자신보다 커지므로 $12$는 과잉수이다.


친화수(쌍)(amicable numbers)

이것은 두 수를 이야기하는데, 위에서처럼 자신을 제외한 약수의 합이 상대편수가 되는 수를 친화수라고 한다. 예를 들어 $220$의 약수는 $1, 2, 4, 5, 10, 11, 20, 22, 44, 55, 110, 220$인데, 여기서 $220$을 제외하고 약수를 다 더하면 $284$가 나오고 $284$의 약수는 $1, 2, 4, 71, 142, 284$인데 $284$를 제외하고 약수를 다 더하면 $220$이 만들어지므로 $220$과 $284$는 친화수이다.


이러한 숫자의 연구는 현대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 중 두 가지만 언급해본다.


약혼수(쌍)/부부수(쌍)(quasi-amicable numbers 또는 betrothed numbers)

원래는 준친화수라 했던 것을 Rufus Isaacs가 약혼수라 하면서 약혼수로 굳어져가는 추세다. 친화수와 비슷한 개념인데 여기서는 약수를 더할 때 1도 제외하고 더해서 상대방의 수가 나오면 부부수라 한다. 약혼수는 두 수가 반드시 짝수, 홀수쌍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듯 하다. 이러한 숫자로는 $48$과 $75$가 있다.


준완전수(quasi-perfect number)

1과 자신을 제외한 약수의 합이 자신과 같은 수를 말한다. 현재까지 발견된 수는 없는데, 혹시라도 있다면 $10^{35}$보다 큰 수라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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