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러는 1736년 "Solutio problematis ad geometriam situs pertinentis(위치와 관련된 어떤 기하학적 문제의 풀이)"라는 논문을 통해 쾨니히스베르크 다리 문제(Königsberg bridge problem)를 풀었습니다.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수형도 또는 그래프를 한붓그리기 할 수 있으려면 꼭짓점의 차수가 홀수인 것이 2개 이하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문제는 길이나 면적이라는 어떤 양을 다루는 기존의 기하학과는 달리, 점과 선 사이의 상호관계를 다루는 문제였습니다. 수학사에서 처음 등장하는 위상수학 문제였지요.
오일러는 앞의 결과물을 꼭짓점에 연결된 선의 개수를 세는 과정에서 얻었는데, 계산을 좋아하는 오일러는 그의 결과물을 좀 더 발전시켜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연구를 진행했을지는 모르지만, 증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이 구상한 오일러지표식을 얻는 과정은 아마도 다음과 비슷하리라 생각이 됩니다. 설명을 시작하기 전에, $v$는 그려진 그래프에 나타나는 점의 개수, $e$는 선 또는 모서리의 개수, $f$는 면의 개수를 뜻하는 기호로 예약하겠습니다.
이제, 종이에 그림과 같이 점이 하나 있다고 칩시다. 그러고 $v$, $e$, $f$의 수를 세어 보죠.
이제, 위 그림에 점과 선을 하나씩 추가하고 다시 한 번 $v$, $e$, $f$의 수를 세어 봅시다.
점과 선이 같은 개수만큼 늘어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이 그림에 점, 선을 추가하여 다음과 같은 그림을 얻고 역시 $v$, $e$, $f$의 값을 구해 봅시다.
그러면 $v$, $f$가 늘어난 값의 합이 $e$가 늘어난 값과 같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많은 관찰 끝에, 오일러는 연결된 그래프에서 다음과 같은 식이 성립함을 발견했으리라 추정됩니다.
$$v-e+f=1$$
평면에서 하던 이 결론을 얻어내고 연구를 하던 끝에 오일러는 이 그래프가 그려지고 있는 사고의 영역을 확장하여 지구 전체로 넘어가서, 지금 자신이 연구하는 상황이 다음과 같음을 알았을 것입니다.
즉, 자기가 그리고 있는 그래프의 바깥영역에 거대한 하나의 면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지요. (이것은 어디까지나 예상되는 오일러의 논리흐름입니다. 사실은 다를 수도 있어요.) 그래서, 그는 1750년 Christian Goldbach에게 보낸 편지에 다면체에 대해 다음 등식이 성립함을 언급합니다.
$$v-e+f=2$$
이 등식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1752년 두 개의 논문에서 언급이 됩니다. 첫 번째 논문에서는 증명을 못했었는데, 두 번째 논문에서 증명을 합니다. (오일러의 많은 논문이 그러하듯, 증명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위 식은 움푹 패인 곳이 없는 모양의 다면체에서만 성립합니다. 하지만, 워낙에 유명한 오일러님이시라...) 오일러는 이 이후에 추가 연구는 하지 않습니다.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였을 수도 있고, 당시 오일러의 생각에 다면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있는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릅니다. 혹은, 이 연구가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연구가 될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포기했을 수도 있습니다.
오일러가 시작한 이 연구는 Antoine-Jean Lhuilier에 의해 더 심화가 됩니다(이 분은 오일러가 그 공식을 만든 해에 태어났네요). 그는 그의 일생의 거의 모두를 이 연구에 바쳤습니다. 그는 오일러가 발표한 공식이 구멍이 있는 입체에서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공식 보완을 위한 연구를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1813년, 그는 역사적으로 처음 알려진 위상수학의 불변량에 대한 다음 공식을 발표합니다.
$$v-e+f=2-2g$$
위 식의 $g$는 '지너스'라 하는 것으로, 두루뭉술하게 말한다면 입체에 생기는 구멍의 개수 정도가 되겠습니다. 도넛 모양의 다음 그림에서 $g=1$이고,
다음 그림은 삼중도넛(triple torus)이라고도 하는 것으로 $g=3$인 입체입니다.
하지만, Lhuilier의 연구결과도 특별한 곡면에서는 성립하지 않는 결과였습니다. 그의 결과는 단지 방향성을 가지는(orientable) 곡면에서만 성립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음과 같은 클라인병의 표면에서는 성립하지 않지요.
이후에 이 연구는 다양한 곡면들과 다양한 차원에서 연구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2차원 곡면의 모양이 완전히 규명이 되었으며, 최근에는 오일러 지표를 정의할 수 없는 상황도 발견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triangulation과도 관련이 있는데, http://arxiv.org/abs/1304.3730를 참고하세요.) 수학자들의 상상력은 끝이 없네요^^
추가노트
앞서 $f$의 값을 셀 때, 요즘은 외부면도 세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면 연결되지 않은 그래프에서도 성립하는 중요한 식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