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ward Witten" by Ojan - Own work.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Commons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Edward_Witten.jpg#/media/File:Edward_Witten.jpg
1951년 8월 26일은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위튼(Edward Witten)이 태어난 날입니다. 1990년에 수학자가 아닌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필즈상을 받았습니다. 필즈상 외에도 수많은 상을 받은 분이지요. 주된 연구분야가 초끈이론과 같은 순수 이론분야라서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경력은 좀 특이합니다. 15세에 대학교에 입학해서, 역사학을 전공했습니다. 20세에는 언론인으로 활동을 했고, 정치적인 활동도 잠시 했습니다. 그 시절의 성향은 아직도 남아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운동에 직, 간접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1973년에 프린스톤대에서 응용수학을 공부하기 시작하여 1976년 David Gross에게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David Gross는 200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분입니다.) 박사학위 받을 때까지의 수학/물리학 공부경력은 무지 짧군요. 위튼의 아버지가 중력/상대론을 전공한 이론물리학자였다는 것이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나중에 위튼이 물리학자로 유명해졌을 때, 아버지 Louis Witten은 자신이 물리학계에서 이룬 가장 큰 업적은 위튼을 낳은 것이라고 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그럼 이제 필즈상을 받게 된 그의 업적들을 살펴보기로 하죠.
저차원 위상수학
위튼이 물리학적인 개념을 수학에 도입해서 이룬 업적이 많지만, 이런 작업을 처음 한 사람은 1986년 필즈상을 받은 도날드슨(Simon Kirwan Donaldson)이었습니다. 물리학의 게이지 이론을 활용해서 (당시로는 뜬금없이) 특별한 성질을 가지는 4차원 다양체를 찾아내서 스승이던 아티야(Michael Atiyah; 1966년 필즈상 수상)를 놀라게 했었죠. 게이지 이론을 활용해서 얻어낸 아이디어였다는 것은 수학계에는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전적인 입장에서 기하를 하던 수학자들에 비해 당시의 물리학자들은 4차원 세계를 휘젓고 다닌지 오래되었고, 그 위에 양자장론을 얹어서 시공간을 다루던 물리학자들의 직관은 수학자들의 직관을 앞서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양자역학/양자장론의 현상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필즈상이 평가한 위튼의 업적들은 양자장론의 기술적인 면을 본격적으로 수학에 도입하면서 얻어졌습니다.
위튼은 양자역학적으로 설명되는 어떤 특별한 값과 시공간의 위상적 구조의 연결고리를 찾아내었고, '천-사이몬 이론'이라는 물리학의 이론을 매듭이론과 3차원 다양체에 적용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이전에 증명된 것이기는 하나, 시공간 전체의 에너지는 0이상이고 0인 경우는 민코프스키 시공간일 때라는 것을 supergravity theory를 활용해서 기존보다 간단한 방식으로 증명해냈습니다. 민코프스키 시공간이란 우리가 알고 있는 3차원 유클리드 공간에 시간만 추가된 공간으로, 질량이나 에너지에 의해 휘어짐이나 변함이 없는 완벽한 진공상태를 수학적으로 표현한 공간을 말합니다.
참고로, 저차원에 수학자들이 집중하는 이유는 수학자들의 연구결과 5차원 이상의 공간의 구조나 특성이 예상외로 너무 간단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3차원 4차원이 가장 어렵다고 하네요.
M-Theory
현대물리에서 가장 성공적인 이론으로 평가받는 상대론과 양자장론을 하나의 이론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끈이론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5개 버전의 이론이 있었습니다. 당시의 기대는 이 5개 이론 중에서 어느 하나가 맞아서 나머지 4개의 이론은 없어지게 될 것이고, 생존한 한 개의 이론은 낮은 에너지 상태에서 상대론과 양자장론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위튼은 생각을 달리해서 1개의 차원을 올리면 5개의 끈이론을 합칠 수 있다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것에 대한 근거로 적당한 규칙에 의해 특정 이론을 다른 이론으로 변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지요. 이 제안은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끈 이론의 2차 혁명'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끈이론에 대한 비판이 많기는 하지요. 연구를 하고있는 최첨단의 학자들은 현재 있는 이론 중 유일하게 상대론과 양자장론을 통합할 수 있는 이론이라고 하지만, 영향력 있는 물리학자들 사이에서도 끈이론에 대한 비판은 존재합니다.
끈이론에 대한 비판으로 많이 제시되는 것은 이론이 너무 물리학적으로 지저분하다는 것과, 너무 고차원의 수학을 사용해서 최근에 입문하는 젊은 물리학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는 없이, 실력이 입증된 유명 학자들 밑에서 시키는대로 공부를 한다는 것 정도 입니다. 물리학자들에게 주어지는 재정구조상의 문제로 생기는 안타까운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위튼이 3차 혁명을 이끌어주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