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새내기들을 대상으로 집필된 무료도서인 Algebraic Topology(2002)로 잘 알려진 코넬대학의 Allen Hatcher는 올해 6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Topology of Numbers라는 독특한 유형의 정수론책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책은 학부생을 대상으로 하며, 기하학적 관점에서 정수론을 다룹니다. 책에 관심있으신 분은 다음 링크를 통해 받을 수 있습니다.
위 책 내용의 큰 틀을 잡고 있는 수열이 있는데, 그 수열이 페리수열(Farey Sequence)입니다. 이 책처럼 다양한 내용을 다루지는 않지만 페리수열에 대해 기초적인 수준에서 잘 정리된 문서가 있습니다. 다음 링크를 통해 그 문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https://www.maths.ed.ac.uk/~v1ranick/fareyproject.pdf
페리 수열의 적용범위가 너무 방대하고, 위에 훌륭한 두 개의 문서가 있으므로 이 글에서는 역사적 배경과 페리수열의 정의를 간단히 언급하기로 합니다. 이 글은 위 두 번째 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합니다.
페리수열의 뜻
페리수열의 정의는 다음과 같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만큼 간단합니다.
$n$차 페리수열 $F_n$은 0부터 1까지의 유리수 중 분모가 $n$ 이하인 기약분수를 작은 수부터 차례로 나열한 수열이다.
0과 1은 (이 수열이 사상 처음으로 다루어졌을 때도 그랬지만) 제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페리 수열은 합으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페리급수라고도 불립니다. 페리 수열을 차수별로 몇 개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begin{align*} F_1 &= \left\{ 0,1 \right\}, \\ F_2 &= \left\{ 0, \frac 1 2 , 1 \right\}, \\ F_3 &= \left\{ 0, \frac 1 3 , \frac 1 2 , \frac 2 3, 1 \right\}, \\ F_4 &= \left\{ 0, \frac 1 4 , \frac 1 3 , \frac 1 2 , \frac 2 3, \frac 3 4, 1 \right\}, \\ F_5 &= \left\{ 0, \frac 1 5, \frac 1 4 , \frac 1 3 , \frac 2 5 , \frac 1 2 , \frac 3 5, \frac 2 3, \frac 3 4, \frac 4 5 , 1 \right\}, \\ &\vdots \end{align*}
위 수열을 관찰하면 두 수 $\dfrac b a$, $\dfrac d c$가 $n$차 페리 수열의 인접한 항이라 하면 이 두 수 사이에 $\dfrac {b+d}{a+c}$(median 혹은 Freshman's sum)와 같은 값이 (분모 조건이 잘 맞을 때) 삽입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역사적 배경
페리 수열과 비슷한 문제는 1747년 The Ladies' Diary에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실렸습니다.
1보다 작은 양의 값을 가지면서 100보다 작은 분모를 가지는 분수들은 얼마나 많은 값을 가지는가?
같은 값을 가지는 분수는 하나로 세야 하므로 기약분수만 세면 되겠죠. 이것은 수열 $F_{99}$에 들어있는 항의 개수를 묻는 문제와 같게 됩니다. Flitcon이라는 사람이 이 문제의 정답을 발표했지만, 수학적인 아이디어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 혁명 이후 새 프랑스 정부는 기존의 측정법을 버리고 미터법을 도입합니다. 이때 생기는 방대한 계산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Charls Haros는 분모가 100보다 작은 0과 1 사이의 모든 기약분수와 소수의 변환표를 작성합니다.(1791) Haros는 이 작업을 하는 동안 위에서 말한 median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모든 분수를 얻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간단한 증명을 남깁니다.
이 결과는 양조장을 운영하면서 취미로 숫자표를 만들던 Henry Goodwyn에게 전해져서 $F_{1023}$까지 완성하게 됩니다. Henry Goodwyn은 수학적인 원리는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이 결과는 1816년 발표됩니다. 이 발표에서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John Farey라는 지질학자는 Haros가 발견한 내용을 재발견하고 The Philosophical Magazine and Journal에 그 내용을 증명없이 발표합니다. 코시는 그것을 보고 증명을 덧붙이게 됩니다(Nouveaux Exercices de Mathematique, 1895) 코시의 언급으로 이 수열은 최초 발견자가 아닌 페리의 이름이 붙게 됩니다.
리만가설과의 연결고리
페리 수열은 위에서 언급한 median 성질 외에 리만가설과도 관계를 가집니다. 벡터 $\mathbf F_n$을 $n$차 페리수열 $F_n$의 각 항을 순서대로 성분으로 삼는 벡터라 하고 $\mathbf G_p = \left( 0, \dfrac 1 p, \dfrac 2 p , \cdots, 1 \right)$이라 할 때 두 벡터 $\mathbf F_n$, $\mathbf G_{|F_n |-1}$의 택시거리(taxicab distance)가 0.5보다 큰 임의의 실수 $r$에 대해 $o(n^r)$이라는 것이 리만가설이 참이라는 것과 동치입니다. 이것에 대한 설명도 이 문서의 두번째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