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렬식은 선형대수 분야에서 최초로 고안된 수학적 툴로, 행렬보다도 먼저 개발이 되었습니다.
고대 문명의 발달과 함께 일차 연립방정식의 해법은 개발이 되어왔는데, 중국에서는 B.C. 200년경에 이미 가우스 소거법과 동일한 방식이 개발되어 구장산술에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또한, 1683년 일본의 Seki가 행렬식과 동일한 계산을 해냈습니다. 하지만, 동양 수학은 이런 결과가 체계적으로 계승되지 못했습니다.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데카르트의 좌표계 발견으로 곡선이 대수적으로 표현되기 시작하고 이때문에 해석이 필요한 방정식이 대거 등장합니다. 이에 따라 다양한 곡선의 교점을 구하는 것은 수학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여러 연립방정식의 해법이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중학교때 배운 연립방정식의 해법은 이 때 완성이 됩니다. 그러다가 뛰어난 수학자들은 해를 구하지 않고 해의 존재성을 알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한듯 합니다. 1963년 라이프니츠가 로피탈에게 보낸 편지에는 연립방정식 \begin{align*} 10 + 11x+12y &=0 \\ 20+21x+22y &= 0 \\ 30 + 31x + 32y &=0 \end{align*} 의 해가 $$10 \times 21 \times 32 + 11 \times 22 \times 30 + 12 \times 20 \times 31 = 10 \times 22 \times 31 + 11 \times 20 \times 32 + 12 \times 21 \times 30$$ 이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설명한 기록이 있습니다. 부호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3\times 3$행렬의 행렬식이 0이라는 것과 같은 설명입니다. 라이프니츠는 위 연립방정식의 숫자를 실제 십진수를 나타낸 것이 아니라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해 놓았습니다.
첫 자리는 몇 번째 수식에 포함된 것인지, 그리고 둘째 자리는 어느 문자에 속해 있는지를...
현대식으로 해석하면 위의 11은 $a_{11}$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즉, 위 설명은 변수가 두 개, 식이 세 개인 일차연립방정식은 반드시 실근을 가진다는 것을 설명한 것이죠. (앞에 무슨 조건이 있겠죠? 맞는 말은 아니니...) 라이프니츠는 행렬의 표현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좋은 수학적 기호가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기는 했지만 현대적인 해석을 하지는 못해서 행렬식을 정의하지는 못했습니다.
행렬식을 “Determinant”라고 처음 한 사람은 가우스입니다. 하지만, 이 시기의 행렬식 개념은 우리 말로는 “판별식”에 더 가깝습니다. 소행성 Pallas의 관측결과를 해석하고 그 궤도를 구하는 과정에서 언급이 됐죠.
현대적으로 정리된 행렬식은 1812년 코시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덤으로 행렬식의 곱의 법칙도 증명했고, 이전에 발견된 minor, adjoint의 성질들도 재확인 했습니다.
행렬식의 절댓값 기호를 소개한 사람은 케일리(Cayley)입니다. 일차변환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면서 행렬식은 마땅히 그가 가져야 할 고유의 성질을 서서히 보여주게 됩니다.
행렬식을 정의하는 성질은 다양한 책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만, 줄이고 줄이면 다음 세 조건을 만족하는 함수를 행렬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유일성도 증명이 가능합니다. 편의를 위해 $n \times n$행렬 $A$의 행을 순서대로 $A_1$, $A_2$, $\cdots$, $A_n$이라고 하고, $\alpha$를 실수라고 하겠습니다.
- 특정 행에 $\alpha$를 곱해서 만든 행렬의 행렬식은 원래 행렬식의 $\alpha$배다. 즉, $$\det(A_1 , \dots, \alpha A_i, \dots , A_n) = \alpha \det(A)$$
- 한 행을 다른 행에 더해서 만든 행렬의 행렬식은 원래 행렬식과 값이 같다. 즉, $$\det(A_1, \dots, A_i + A_k , \dots, A_k, \dots A_n ) = \det (A)$$
- 단위행렬의 행렬식의 값은 1이다.
행렬식은 일차변환이 개입되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나타나는데, 행렬 $A$의 행렬식 $|A|$ 자체의 값은 행렬의 성분으로 만들어진 입방체의 부피와 관계가 있고, 부호는 $A$로 정의되는 일차변환의 방향성과 관계가 있습니다.
한 행의 배율의 변화만큼 행렬식의 값이 변하는 것은 기하학적으로 높이를 공유하고 밑면이 다른 두 사각형 사이의 비례식과 같은 개념을 표현하며,
한 행을 두 벡터로 쪼갰을 때 행렬식이 쪼개지는 현상도 비슷한 모델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