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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이어서 미분기하의 역사를 더듬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비유클리드 기하는 미분기하를 토대로 발전한 것은 아니지만 가우스와 깊은 관계가 있으므로 여기서 간단히 비유클리드 기하를 언급합니다.


비유클리드 기하의 등장과 가우스

비유클리드 기하에 대한 연구가 처음으로 이루어진 것은 1733년 예수회 수학과 교수였던 사케리(Girolamo Saccheri)였습니다. 유클리드의 평행선공리를 부정하여 몇 개의 결과물을 얻었는데, 그것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기초정리들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직선 밖의 한 점에서 그을 수 있는 평행선의 개수에 따라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와 비교해서 크거나 같거나 작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사케리가 여기서 말을 잘 해가지고 세 가지의 기하학이 가능하다고 했으면 비유클리드 기하의 창시자가 될뻔했는데, 사케리는 자신이 얻은 결과를 그렇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80보다 크면 직선의 길이가 유한하게 되었고, 180보다 작은 경우에는 삼각형의 넓이에 한계값이 있다는 결론을 얻었는데, 둘 다 폐기해 버렸습니다. 심지어 사케리는 이것들을 근거로 평행선공리가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수학자들은 뭔가 찜찜하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죠.

비유클리드 기하가 가능함을 처음으로 알아낸 사람은 가우스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우스는 비유클리드 기하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정리를 얻어냈지만, 공개적인 발표는 하지 않고 지인들의 편지나 강의시간에만 그 결과를 언급했다고 합니다. 이 시기 사람들의 지적역량이 이것을 받아들일만하지 않다는 생각에 결과를 숨겼다는 말도 있지만, 그건 가우스만 아는 이야기겠죠.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학계에 발표해도 별로 잃을 게 없는 동유럽의 두 수학자에 의해 발표되었습니다. 한 사람은 러시아의 로바체프스키(Nikolay Ivanovich Lobachevsky)인데, University of Kazan에서 가우스의 절친을 통해 수학을 배웠습니다. 또 다른 사람은 볼리아이(János Bolyai)인데, 아버지가 수학자는 아니었지만 가우스의 절친이었습니다. 로바체프스키와 볼리아이는 1826년까지 비유클리드 수학을 연구했습니다. 하지만, 둘다 비주류 기하로 수학자들에게는 외면당했습니다. 가우스 사후에 1855년 가우스의 비유클리드 기하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드러나면서 비로소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곡면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꾼 가우스


가우스 시절까지만 해도 수학자들은 곡면을 유클리드 공간에 속한 어떤 구조물 정도로 보았습니다. 곡면은 유클리드 공간에서 좌표를 부여해서 구성이 되었고, 미분, 적분들을 동원해서 그 특성을 파악했습니다. 가우스는 이 관점을 뛰어넘어서 곡면 자체로 들어갔습니다. 2차원 곡면을 2차원 자체로 파악하는데 필요한 수학을 개척합니다. 가우스가 미분기하를 만들었다고 하는 수학자들은 가우스의 이 관점에 큰 가치를 줍니다.


앞선 포스팅에서도 언급됐던 1827년, 가우스는 괴팅겐에서 Disquisitiones generalis circa super cies curvas(General Investigations of Curved Surfaces)라는 논문을 통해서 곡면을 연구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기법을 소개했습니다. 이 논문의 영문번역은 다음 링크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www.gutenberg.org/files/36856/36856-pdf.pdf?session_id=a4d47fd39983078fb5812d3ac361160ed44a04cd


가장 파격적이었던 것은 물론 gaussian curvature입니다. 이 논문은 Theorema Egregium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 좀 발표가 늦어진 것인데, 그 전에 이미 많은 부분 다른 수학자들도 사용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이 논문에는 곡면좌표계가 소개되어 있으며, 특별한 경우에 대해 유클리드 공간의 직교좌표계와 곡면좌표계의 상관관계도 설명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곡면은 꼭 3차원에서 방정식으로 정의된 것일 필요가 없어지게 됩니다. 또한, 나중에 나올 metric tensor의 원시적인 형태도 이 논문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논문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비유클리드 기하는 가우스의 방식으로 연구할 수 있는 곡면 중 특별한 경우로 밝혀지고, 가우스의 방법론은 모든 곡면을 연구할 수 있는 일반론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가우스의 논문 발표 3년 후, Ferdinand Minding은 곡면에서의 직선, 즉, geodesic을 정의합니다. 구면에서는 아래 그림과 같은 대원이 됩니다. 




고차원으로


1854년, 가우스의 제자인 리만은 가우스의 기하를 고차원으로 확장시킨 리만기하를 발표합니다. (논문은 1866년에 발표되어 1868년에 같은 내용을 독립적으로 발표한 Helmholtz와 시기가 겹치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리만이 같은 내용의 논문으로 강의를 훨씬 전에 해서 리만기하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리만은 고차원 곡면의 구조를 파악하는데 사용할 툴로 Sectional Curvature를 발표합니다.

 



Sectional Curvature란 휘어진 공간에 접하는 공간(tangent space)의 부속 평면들로 구한 gauss curvature들을 말합니다. 마치 오일러가 접평면을 잡고 그 평면에 수직방향으로 절단해서 만들어진 여러 곡선의 곡률을 조사하는 것과 비슷한 아이디어 입니다. 결국 고차원 기하의 툴은 2차원 곡면을 다루는 아이디어를 확장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렇게 일반화된 기하학은 후에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론을 구성할 때 중요한 수학적 도구가 됩니다.


[후기] 정말 많은 내용이 빠져있습니다. 그렇다고 넣으려면 너무 어려운 내용이 되어버리기도 하고요. 그리고, 1900년대까지는 오지도 못했네요. 현대 미분기하에 대해서는 수학사가 아닌 정식 주제로 포스팅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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