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고문서를 디지털 버전으로 찾는 것이 참 쉬운 것 같습니다. 단지 읽기가 어려운 것이죠. 예전에 수식의 역사를 한 번 올렸던 적이 있는데, 그 수학사상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책은 당연히 로버트 레코드(Robert Recorde)의 다음 책입니다.





출판연도가 1557년이라서 원본의 표지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위 사진은 현재 유통되고있는 버전의 표지입니다. 왼편의 것은 openlibrary.org에 걸려있는 표지이고, 오른편에 있는 것은 amazon.com에서 유통되고 있는 책의 표지입니다. amazon.com에서 보이는 가격은 무시무시하네요.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통째로 archive.org에 pdf버전으로 올라와 있으므로 구입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위 책 모두 거의 원본과 활자까지 같습니다. 다음은 다운로드 링크입니다.


https://archive.org/download/TheWhetstoneOfWitte/TheWhetstoneOfWitte_text.pdf



이것이 사실상의 책표지입니다.


활자가 좀 난해해서 그렇지만 잘 읽어보면 원제가 다음과 같이 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The whetstone of witte, whiche is the seconde parte of Arithmetike: containyng thextraction of Rootes: The Coßike practise, with the rule of Equation: and the woorkes of Surde Nombers


이 책은 방정식의 해를 찾는 방법에 대해 다룬 책입니다. 이 책이 수학사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역사상 처음으로 등호를 사용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영어로 되어 있는 책 중 처음으로 +, -기호를 사용한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영어로 쓰여졌다는 것도 당시로선 특이한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뉴턴이 프린키피아 제3판을 출판한 것이 1726년인데, 그 책은 라틴어로 쓰여있었습니다. 뉴턴이 프린키피아 3판을 쓸 때까지만 해도 지식인들이 자신의 업적을 책으로 낼 때는 라틴어를 사용했다는 것이죠. 그런데, 로버트 레코드는 영어로 책을 썼습니다. 이분에게는 대중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였기 때문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던 것이죠. 지금은 난해한 영어가 되어버렸습니다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더 쉬운 책은 없었을 것입니다. 로버트 레코드가 등호를 나타내는 기호를 지금의 모양으로 고안하는 데에는 이런 개인적 신념도 영향이 있었겠죠. 레코드는 감옥에서 죽었는데, 죄목은 정확하지 않지만, 투옥된 계기가 영국의 적이라 생각되는 대상에게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정당한) 호의를 베풀어서였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은 이 pdf 파일의 238쪽을 캡처한 것입니다.



수학하시는 분들은 많이 본 서체이겠지만, 읽기 참 어려운 글씨체네요. '프락투어(Fraktur)'라는 서체인데, 로마 황제 Maximilian 1세가 기획해서 만들어진 글꼴(1513년)로 이 책이 출판될 당시에는 아주 인기있는 서체였습니다. 지금도 수학자들은 어떤 이론의 기초공사를 할 때 수식에 이 글꼴을 종종 씁니다.


중간에 파란색으로 음영표시된 부분을 잘 읽어보면


... is equal to라는 말의 반복된 사용을 피하기 위해 본인이 이전에도 자주 그랬듯이 같은 길이의 두 평행선으로 '같다'는 것을 쓰기로 한다. 왜냐하면 두 개가 이것보다 더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라는 내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쓰기 전에도 등호를 사용했다는 말인데, 로버트 레코드는 옥스퍼드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쳤었습니다. (후에 켐브리지에서 의사면허를 받고 영국 왕실 의사로 활동했습니다. 이 책은 의사로 활동하던 당시에 출판되었으며, 당시 의사가 수학이나 정치를 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합니다.)


그 밑에는 수식이 몇 개 예제로 나열되어 있습니다. 숫자는 알아보겠는데, 이상한 기호가 뒤에 따라붙고 있네요? 이 기호에 대한 설명은 이 pdf의 147, 148쪽에 있습니다. 다음 그림은 그 설명이 있는 페이지를 캡처한 것입니다.




기호 읽은 법과 함께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설명한 대로 첫 번째 등식을 읽어보면


 14 (근) + 15 (부호없음) = 71 (부호없음)

이라 해석이 됩니다. 즉, $14x+15=71$이죠.


세 번째 식은


26 (제곱) + 10 (근) = 9 (제곱) - 10 (근) + 213 (부호없음)


이 되어 $26^2 + 10x = 9^2 - 10x+213$이라 해석이 됩니다. 이처럼 이 당시 거듭제곱은 숫자의 뒤에 기호를 붙여서 나타냈습니다. 이 지수를 현재 쓰고 있는 모양으로 바꾼 사람은 데카르트(1637)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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