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지수, 로그의 초기 개념과 기호를 잡은 스티펠이라는 수학자에 대해 다룹니다.



Michael Stifel의 초상화, 출처: Mactutor History of Mathematics

** 글 제목에 있는 스티펠은 Styfel, Styffel, Stieffell, Stieffel, Stifelius, Stifelio 등 다른 버전도 있습니다. 스티펠이 살던 시기에는 이름 스펠링을 중요시하지 않던 시기라 여러 버전이 있는 것이므로 검색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스티펠은 인생 전반부를 종교인으로 살았습니다. 당시의 교회의 분위기를 못마땅해 해서, 종교개혁에도 가담했습니다. 1520년경부터는 종교를 재해석하는 방법의 하나로 수비학(숫자점이라고도 합니다. 대체로 이름이나 문서의 기록에 담긴 의미를 다양하게 숫자로 해석했던 활동을 말합니다.)에 몰두합니다. 루터를 추종하여 수비학을 사용해 그의 가르침을 증명하는 책도 썼고, 당시 교황이 적그리스도라는 것도 수비학으로 증명했습니다.(이 문단의 증명은 스티펠의 의도를 반영할 적당한 단어가 없어서 사용한 것이므로 진지한 의미로 읽으면 안됩니다.)

1532년 그는 수비학을 통해 종말이 다가왔음을 예측하고, Ein Rechenbüchlein vom EndChrist. Apocalypsis in Apocalypsim라는 팜플렛을 발간합니다. 그 팜플렛에서 당시 교황이 바로 그리스도의 적이라는 증명도 실어놓습니다. 마르틴 루터의 동지였던 그의 예언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 그는 계산을 좀 더 해서 종말의 시각이 1533년 10월 18일 오전 8시라고 못박아버립니다. 루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티펠은 종말의 시기를 많은 이들에게 알렸습니다. 그의 예언에 많은 사람들이 재산을 처분하고 생업을 포기하고 교회로 가서 종말을 기다렸습니다.

예언이 빗나가자마자 스티펠은 체포되었고, 교회 목사의 지위도 박탈되었습니다. 얼마 안가서 이 사건은 용서를 받지만 당연히 다시는 예언따위는 할 수 없게 됐죠. 2년 후(1535) 스티펠은 근처 교구에서 신앙생활을 조용히 이어갑니다. 이때부터 그는 정식으로 대학에서 수학을 배우고 수비학에서 보여준 그의 열정을 수학에 쏟아붓습니다. 당시 그가 수학을 배우면서 접한 대표적인 책은 라틴어로 번역된 유클리드의 원론 [1]과 Christoff Rudolff의 Coss[2]가 있는데, Rudolff의 책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1] 스티펠은 그리스어를 몰랐습니다.

[2] 독일어로 된 최초의 수학책이자 대수학책, 원래 이름은 Behend und hübsch Rechnung durch die kunstreichen regeln Algebre so gemeinicklich die Coss genent werden으로, 제곱근 기호($\surd$)와 0제곱이 처음 소개된 책입니다.

스티펠은 여러 권의 수학책을 썼습니다. 그 중 처음 쓴 Arithmetica integra(1544)가 가장 수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책입니다. 다음 링크를 통해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Arithmetica Integra, 라틴어판
  Deutsche Arithmetica: Inhaltend. Die Haußrechnung. Deutsche Coß. Kirchrechnung, 독일어판 [3]

[3] 독일어판은 보급형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라틴어판의 내용의 상당수가 누락되어 있습니다.

차례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세 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 책에는 삼각수와 마방진에 관계된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16x16 마방진과 그 해법도 책의 일부분입니다.

스티펠은 수비학을 하면서 수를 여러 대상에 투영을 시켜봤기 때문인지 당시에 다른 수학자들이 다루기 어려워하던 음수를 자유롭게 사용했습니다. 음수와 음수의 곱이 양수인 것도 자연스럽게 계산에 반영했습니다. 루돌프가 Coss에서 정의한 0제곱을 확장해서 음수의 제곱을 처음 정의했습니다.[4] 지수와 등비수열의 관계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로그의 초기 개념이 곳곳에 드러납니다. 아니, 어쩌면 알았을지도요.. 다음과 같은 글이 책에 있습니다.

책 전체를 숫자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경이로운 것으로 채울 수도 있었지만, 이것들에 대해선 눈을 감은채 참고 지나간다.

[4] 지수 기호는 아직 나타나지 않습니다.

스티펠의 음수지수는 지수법칙을 단순하게 다룰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는 surd number[5]들 사이의 연산법도 소개했습니다.[6] 스티펠은 여기서 더 나아가 기존에 루돌프가 소개한 거듭제곱근의 기호를 확장해서 $n$제곱근 기호를 쓰는 일반적 알고리즘을 소개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2와 3 사이의 거듭제곱근을 표현한 부분을 볼 수 있는데요, 스티펠의 기호는 surd 기호($\surd$) 뒤에 특이한 문자를 붙여서 거듭제곱근을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surd 기호 뒤에 붙는 문자는 당시에 거듭제곱을 표현할 때 사용하던 문자입니다. 그러면 거듭제곱을 표현할 수 있는만큼 거듭제곱근도 표현할 수 있다는 말이 되죠. 요즘은 개수에 해당하는 개념은 기호에서도 숫자로 다 표현하지만, 당시에는 그 표현법이 개발되지 않았었기 때문에 다소 투박해 보이기는 합니다. 제곱근을 표현할 때 $\surd$만 쓰는 것도 스티펠이 제안했습니다.

[5] surd number란 제곱근 기호로 표시되는 무리수를 말합니다.

[6] 내용을 보면 지금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하는 제곱근 계산과 동일합니다.

유럽 수학의 발달 초기에 스티펠은 대수적 개념과 수식 기호에 걸쳐서 급격한 발전을 이룰 수 있게 해 준 중요한 수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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