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머, 혹은 크러메르(Gabriel Cramer)는 크래머 공식으로 유명한 수학자입니다. 그의 크래머 공식은 일차 연립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중요한 도구죠. 크래머 공식은 수학계에서 한동안 계산이 복잡하다 하여 이론적인 가치만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학교나 계산이 필요한 여러 곳에서 가우스 소거법을 더 많이 사용했죠. 하지만, 미분방정식, 미분기하의 기호연산에서 유용한 툴로 인정을 받았고, 배척받던 계산수학에서도 수치해석적 수렴성이 보장되는 경우에 가우스 소거법보다 빠른 것으로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언급하려는 것은 크래머공식이 아니라 크래머가 오일러와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다루었던 문제인 Cramer's Paradox입니다. 


우선 3차 방정식의 모양은 일반적인 형태로 다음과 같은 형태를 가집니다.


$$a_{30}x^3 + a_{21}x^2 y + a_{12}xy^2 + a_{03}y^3 + a_{20} x^2 + a_{11}xy + a_{02}y^2 + a_{10}x+a_{01}y+a_{00}=0$$


이 식이 3차식이 되려면 $i+j=3$을 만족하는 $a_{ij}$ 중 적어도 하나는 $0$이 아니라야 하고, 그 $0$이 아닌 상수로 양변을 나눠도 위 방정식의 해는 변하지 않으므로 위 식은 $9$개의 상수를 정해주면 결정되는 식이라 볼 수 있습니다. 즉, $9$개의 점으로 3차방정식을 만족하는 곡선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반면, 다음 두 $3$차 방정식을 보시죠.


$$x^3 -x =0 \quad \quad y^3 -y=0$$


이 두 식의 그래프는 각각 아래 그림의 파란 선과 오렌지색 선이고, 이 둘은 그림에 표시된 대로 9개의 점에서 만납니다. 즉, 9개의 점을 지나는 서로 다른 3차방정식이 나오게 되는 것이죠. 이것은 9개의 점으로 방정식이 결정된다고 앞에서 말했던 이론에 모순이 되는 듯 합니다.





크래머는 이 혼돈의 도가니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일러에게 도움을 청합니다(1744년). 당시의 수학은 지금처럼 많이 발전한 단계가 아니었어서 오일러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1947년, 오일러는 Sur une contradiction apparente dans la doctrine des lignes courbes (On an apparent contradiction in the rule of curved lines.)라는 논문에서 이 문제를 설명하게 됩니다. 오일러가 설명한 이 역설의 답을 올리면 너무 재미 없으므로 답은 검색하시는 것으로 넘기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배운 수학이 그 시기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9개의 점을 대입해서 얻는 연립방정식을 푸는 과정을 잘 생각해보시면 오일러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답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오일러가 제출한 이 논문은 선형대수학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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